2008년 9월 15일 월요일

게임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역시 그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Made in Japan 게임의 위기 상황? 에서도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제 느낌만 갖고 얘기하면, 전세계적으로 일본 게임의 위상이 조금 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은 서양 게임 업체들이 일본 업체보다 자금력이 풍부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서양 업체들이 일본의 기술을 따라 잡아서 - 또는 원래 뛰어났던 기술을 게임에 적용해서 - 일 수도 있겠죠.하지만 저는 게임 역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양 게임 시장은 점점 커지고, 더 많은 서양인들 - 예전엔 축구랑 농구만 하던 사람들 - 이 게임기로 게임을 즐기며 더 많은 돈을 게임 시장에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자. 나는 서양 사람입니다. 어려서는 디즈니 만화를 보고 자랐고 람보와 록키를 좋아하며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이 우상입니다. 난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를 보고 자란 독수리 오형제와 울트라맨이 우상인 일본인과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근데 내가 그런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이 재밌다고 만든 게임에 흥미가 있을까요?


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슈렉 다들 보셨을 거에요. 솔직히 그 내용 다 이해 되시나요? 슈렉 3에 나온 그 공주들이 어떤 만화의 주인공을 패러디한 건지 다 아시겠어요? 슈렉에 나오는 대부분의 대사가 미국 고전 만화 (특히 디즈니 만화)의 패러디인 걸 알고 계신가요? 솔직히 저도 다는 모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이 있는. 그리고 유아 시절과 일부 학창시절(초등학교)을 미국에서 보낸 제 사촌동생은 모두 알더군요. 중간중간 전 안 웃긴 부분에서도 얘는 패러디 죽인다고 낄낄거리더라구요.


뭐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습니다만 문화라는 게 그 나라의 정서, 공감대 등 아주 많은 내용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민족별로 국가별로 다 다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전 일본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이해가 안 되거든요. 그렇다고 미국 슈퍼 히어로도 별로에요. 이해가 안 되거든요. 물론 몇몇 작품은 저의 정서에도 잘 맞아서 재밌게 봤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이건 서양 사람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 하더라도 귀무자보다는 바이오 하자드에 더 끌리지 않을까요? 일본 귀신은 생소하지만 좀비는 비교적 익숙하니까요. 또 같은 좀비 게임이라 하더라도 그 좀비를 표현하는 방식 역시 - 기술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 태평양 건너의 일본 사람들이 만든 것 보다는 - 같거나 비슷한 문화를 가진 - 서양 사람들이 만든 게 더 재밌을 거에요.

결국 미국인 A가 재밌어할만한 물건은 미국인 B 또는 영국인 C가 만드는 게 일본인 D가 만드는 것보다 수월할 거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외국에 - 심지어 아직은 게임 불모지인 인도에까지 - 스튜디오를 만들어 거기서 게임을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고 하는 것일 테구요.


이런 현상은 온라인 게임이 되면 더 심각해 질 거라고 봐요. 온라인 게임이란 게 IGM 김학규 대표도 말했듯 핵심은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이거든요. 게임도 잘 만들어야 하지만, 게임 컨텐츠란 게 아무리 개발을 빨리 한다 해도 유저들의 소비 속도가 더 빨라 새로운 컨텐츠가 없는 기간이 생기게 마련이잖아요. (이건 우리 나라 유저들의 경우 특히 심합니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외국도 마찬가지일 걸로 봅니다.)

그렇다고 컨텐츠 업데이트 되기 전에 유저들이 다 떠나게 만들면 안 되겠죠. 그러려면 유저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하고, 게임 내에서 별반 할 게 없지만 게임 내의 아는 사람을 만나는 재미로 접속하게 하는. 이런 게임 외적인 요소가 필요합니다.

이런 요소를 만드는 건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대상 시장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겁니다. (물론 WoW처럼 만국 공통 게임을 만들어 버린 예도 있지만..Blizzard는 원래 약간 사기 캐릭터니까 제외..)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시장이 커질수록 게임 업체들의 현지 진출은 활발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나라 업체들도 이제 해외 진출, 해외 스튜디오 설립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활발해 질 텐데 진출하는 나라의 문화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이 필요할 것 같네요. 게임 업계에도 유학생 출신이 많아지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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