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5일 목요일

웹젠의 캐주얼 게임 <파르페 스테이션> 서비스 종료는 차라리 잘 된 일

웹젠 (069080) 이 처음으로 시도했던 캐주얼 게임인 <파르페 스테이션>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네요. 이전에는 MU나 SUN같이 사실적인 그래픽의 MMORPG. 일명 블록버스터 게임만 만들던 회사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인만큼 개발 초기부터 관심을 받아 왔지만 결국 게이머들에게 외면당해 현재는 Gametrics에서 발표하는 PC방 게임 이용 순위 150위 안에도 못 드는 실정이고, 그 결과 서비스를 종료하게 돼 버렸습니다.

안타깝긴 합니다. 새로운 시도가 물거품이 되었고, 물론 실패하는 과정에서 뭔가 배웠을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결과적으로 일단은 실패한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벗어 버리게 되어 잘 됐다고 생각하고, 특히 기사 중간에 이런 말은 절대 공감이 안 갑니다.

이번 서비스 종료 결정으로 웹젠은 추가적인 라인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FPS 게임 '헉슬리'의 서비스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추가적인 캐주얼 게임이나 추가 온라인 게임 라인업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웹젠의 캐주얼 첫 도전작 '파르페스테이션'이 무너진 점은 의미가 크다. '헉슬리'와 '일기당천' 등의 추가 게임이 있지만 지금 당장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을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람이든 회사든 잘 하는 게 따로 있는 법이고, 한 사람이나 회사가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도, 잘 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아무도 웹젠에게 캐주얼 게임을 바라지 않았을 겁니다. 웹젠에게 사람들이 기대한 것은 MU같은 블록버스터 - 꼭 MMORPG가 아니라 하더라도 - 게임을 기대했을 겁니다. 실제로 그 부분이 웹젠이 잘 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또한 웹젠은 캐주얼 게임을 만들 필요도 없고, 없다고 해서 문제되는 것도 아니며,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당장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을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선 웹젠이란 회사는 MU라는 걸출한 캐시카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생계유지를 위한 캐주얼 게임 같은 것은 아예 필요가 없는 것이죠. 당장 굶어 죽을 이유는 절대 없으니까요.

단적인 예로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MU는 여전히 PC방에서 나오는 매출만 해도 상당히 많습니다. 게임트릭스 자료에 의하면 5월 14일 하루 동안 MU의 사용량은 51,820시간 정도입니다. 웹젠의 PC방 요금을 볼 때 1000시간 상품을 기준으로 시간 당 226원의 매출이 발생합니다. 이것만으로 하루에 11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고 한 달 기준 3억 이상의 매출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개인 유저들의 정액 가입 요금을 합치면 훨씬 더 커 지겠죠. 실제로 2008년 1분기 실적을 보면 국내 매출만 47억이 넘습니다. 거기다 해외 로열티 매출은 SUN이 중국에서 잘 나가고 있어서 1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전체 다 합치면 23억이 넘습니다. 더 단순하게 보면 2005년 1분기부터 유동자산을 꾸준이 분기에 10억씩 까먹고 있는 형국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당좌에 있는 현금만 850억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절대 단기간에 무너질만한 상황은 아니죠.


하지만 역시 웹젠도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2006년 Big3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SUN이 국내 시장에서 무참히 실패했고 - 물론 중국에서는 앞서 말했 듯 분기에 10억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 , 그 결과 MU 이후로 국내 게임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친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XBOX360과의 크로스 플랫폼으로 개발중인 헉슬리,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에서 직접 개발하고 있는 일기당천 두 게임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중후한 게임들이야 말로 웹젠이 잘하고, 또 해야 하는 분야가 아닌가 합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라죠. 요즘 게임계에는 이런 현상이 좀 심한 것 같습니다. 뭐 차별성이 없이 그냥 모든 회사가 모든 유저층을 대상으로 모든 종류의 게임을 팔고 있는 형국이죠. 누가 레이싱 게임을 만들어서 성공했어? 우리도 만들자. 누가 FPS로 떼 돈을 벌었어? 우리도 하나 사 오지 뭐. 이런 식이죠.말이 좋아서 다변화지 사실은 바보 놀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일단 돈만 벌면 된다는 단기적인. 지극히 근시안적인 경영진의 시야 - 또는 멀리 보는 경영진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무진들 - 에 문제가 있을 겁니다.

이에 대한 얘기는 앞으로도 많이 할 것 같아서..오늘은 일단 이 정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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