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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매니저가 사무실에 앉아 이번에 런칭할 스포츠 음료의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어떤 세그먼틀를 타겟으로 할지 고심하고, 가격을 정하고,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매스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만든다. 브랜드의 퍼포먼스는 매출과 수익성에 의해 측정될 것이고, 브랜드매니저도 이것에 연동해 성과급을 받을 것이다.
이 그림에서 잘못된 건 뭘까요? 이 회사는 1960년대의 매스 마케터 시대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토록 소비자들과 다이렉트로 소통하고,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고, 소비자 별로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해 줄 수 있었던 시대가 없었습니다. 또 소비자들이 이토록 기업과 깊게 소통하길 기대하고, 소비자끼리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설계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CRM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상품을 마케팅하는 것보다 소비자를 키우는데 (원문은 market products rather than cultivate customers) 더 신경을 쓰지 않는 한 무의미한 일이다. 현재와 같이 aggressively interactive한 환경에서는 소비자의 lifetime value에 집중해야 한다.
Cultivating Customers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이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어 (보통은 매스 미디어를 이용해) 많은 사람에게 뿌리는 게 유일한 선택지였고, 기업이 알 수 있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는 마케팅 리서치 데이터에서 뽑은 게 전부였습니다다. 기업이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는 일은 거의 없었죠. 하지만 이제는 매스 마케팅은 구닥다리로 여겨질 정도로 수많은 선택지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전통적인 Product 중심의 방식과 customer-cultivating 방식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product 중심의 방식은 조직이 상품과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반면 customer-cultivating 방식은 조직이 어떤 서비스를 소바자에게 제공할 것인지와 소비자 세그먼트를 디자인합니다. customer-cultivating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이고, 개인화 돼 있거나 (individualized) 아주 좁은 범위로 타겟팅 돼 있습니다. 소비자와의 사이에 유통채널이 존재하는 기존의 굴뚝산업의 기업에게는 이런 방식이 쉽지 않겠지만, 요즘 기업들은 점점 더 customer-cultivating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IBM 같은 일부 B2B 회사들은 global account director라는 직책을 둬서 특정 상품을 파는 것 보단 고객사의 변화하는 요구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도 합니다. 이런 직책의 소비자 연구 전문가들이 마케팅이나 영업 쪽에 고객사의 니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여러 가지 상품을 묶어서 팔기가 수월해지죠. B2C 기업들이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도 점점 더 진보하고 있습니다. 영국 제1의 소매 체인인 TESCO는 최근 고객 유지 (retention)에 대한 연구를 위해 대규모의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TESCO는 이제 소비자들에게 멤버십 카드를 나눠 주고, 이 소비자가 어느 지점을 찾는지, 뭘 사는지, 또 어떤 수단으로 결제하는지 데이터를 쌓고 분석합니다. 그 결과 이제 TESCO에서 기저귀를 산 고객은 유아용품 할인 쿠폰 뿐 아니라 맥주 할인 쿠폰도 삽니다. 아이를 낳은 후 아빠들이 바에 잘 못 가기 때문에, 그만큼 집에서 소비하기 위해 맥주를 많이 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나 보험 같은 서비스 분야의 기업들도 이런 방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Reinventing Marketing
그렇다면 customer-cultivating을 위해 조직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어떻게 조직이 구성돼야 하고 각자 어떤 일을 담당해야 할까? 여기서는 marketing 부서를 "customer 부서"로 바꾸고, Chief Marketing Officer를 대신해 Chief Customer Officer를 두는 것을 시작으로 설명하겠습니다.
The CCO
최근 들어 점점 많은 기업에서 CCO를 두고 있는데, 2003년에는 30곳이었던 것이 지금은 300곳 가량 됩니다. Chrysler, 삽성, Hershey's, Oracle, Sears같은 회사에서 CCO를 두고 있죠. 하지만 CCO가 있는 경우라도 조직을 고객 중심 (customer-centric)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CCO의 역할 자체도 모호하게 돼 있는 경우가 많구요.
CCO에 대해 정의를 하자면, CCO는 기업의 고객 관계 전략 (customer relationship strategy)를 만들고, 실행하고, 고객을 직접 접하는(customer-facing) 모든 조직을 관장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CCO는 customer-centric 문화를 사내에 전파하고, 조직에서 소비자에 대한 정보가 흐르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없애 줍니다. (이 역할에는 조직의 리더들이 주기적으로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게 하는 것도 포함) 대부분의 기업이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투자한 것에 비해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보를 한 부서에서 쥐고 공유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조직 간에 신뢰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는데 CCO는 직원들에게 이런 부서 간의 장벽을 없앨만한 인센티브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CCO는 기업의 고객들의 수익성을 늘리는 데 책임을 갖고 있으며, 고객 평생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나 고객 충성도, word of mouth를 포함한 intermediate indicator들에 의해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Customer managers
Customer 부서에서 Customer manager들은 소비자들의 제품 니즈를 밝혀 냅니다. Brand manager는 이에 맞게 제품을 공급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줍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과 자원을 Customer manager 쪽으로 옮겨 줘야 하고, Brand manager보다 상위의 결재권을 Customer manager에게 줘야 합니다. 이런 구조는 지금도 B2B 기업에서는 흔한 일이죠.
Customer-cultivating 기업에서는 customer manager가 수익성이 낮은 자사 브랜드 A에서 좀 더 수익성이 높은 자사 브랜드 B로 옮겨 가도록 고객에게 권유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Brand (또는 Product) manager 체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이건 작은 변화가 아닌 게, 이젠 product manager들이 자신이 맡고 있는 product나 brand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던 것에서 customer manager가 고객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보조해 주는 것으로 근본적인 역할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Customer-facing function
기업의 Customer-facing을 총괄하는 부서로서, customer 부서는 최근에 marketing 부서에서 담당하지 않게 됐던 업무나 원래 marketing 부서의 담당이 아니었던 일들도 수행하게 됩니다..
CRM : CRM은 시스템의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에 IT 부서에서 관장하곤 했죠. Harte-Hanks에서 300개의 북미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2%가 IT부서에 CRM 자료를 보고하고 있고, 31%가 sales, 9%가 marketing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RM은 고객의 니즈와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customer-centric 기업에서는 customer 부서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됩니다. (물론 CRM을 customer 부서 안으로 들여온다는 것은 IT와 분석 인력도 함께 들여온다는 뜻이다.)
Market research : Customer-centric 기업에서는 마켓 리서치의 위상이 바뀝니다. 첫째로 Finance에서 마켓 리서치 결과를 보고 고객들의 결제 수단을 분석하는 등, 마케팅 부서 외에서도 마켓 리서치 데이터를 사용하게 됩니다. 둘째로 분석의 시각이 전체를 통합해서 보는 시각에서 소비자의 행동 하나 하나를 조명해 보는 시각으로 바뀝니다.셋째로 마켓 리서치가 고객 평생가치나 고객 충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소비자들의 행동(input)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R&D : 제품이 고객 만족이 아니라 엔지니어링에 더 신경을 쓸 때 영업 쪽은 피곤해지는데, 뭐에 쓸지도 모르는 기능을 너무 많이 넣어 놓은 전자제품을 써 보신 분들은 모두 다 공감할 겁니다. 제품 설계가 확실히 현실 세계의 니즈를 반영하게 하려면, 반드시 제품 설계 단계에 고객들을 (가능하면 마케팅과 R&D 조직도) 개입시켜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Nokia가 경쟁사에 비해 잘 한 것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새 기능을 만드는 과정에 고객들을 개입시켜 그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했다는 것입니다.
Customer service
CS조직은 무조건 회사 안에 두어야 하고, customer 부서의 밑에 놔야 합니다. CS는 서비스의 질이 높아야 할 뿐 아니라, 고객들과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을 도와줘야 합니다. 꼭 CS를 아웃소싱 해야 한다면 CS가 반드시 내부의 customer manager에게 보고하도록 해야 할 뿐 아니라 아웃소싱 회사의 IT 인프라와 고객 데이터가 반드시 내부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연동시켜야 한다.
A New Focus on Customer Metrics
기업이 물건을 마케팅하는 조직에서 고객을 키우는 (cultivate) 조직으로 변화한 다음엔, 전략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지표도 함께 바꿔야 한다. 첫째로, 제품의 수익성의 중요도는 낮추고 고객의 수익성을 중요시 해야 한다. 둘째, 현재의 매출보다는 고객 평생가치(CLV)를 중요시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회계 처리에서도 기업의 이러한 무형 자산을 점점 인정해 주는 추세이다.) 셋째, 브랜드 충성도(브랜드의 가치)보다는 고객 충성도(고객 전체의 CLV합)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게 기업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지만 고객 충성도가 기업의 가치에 좀 더 직결된다.) 넷째, 현재의 시장 점유율보다는 고객의 충성도 점유율(기업의 총 고객 가치 / 시장의 총 고객 가치)에 더 집중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은 개인, 세그먼트, 전체 합계 세 가지 level에서 지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개인 level에선 CLV가 가장 중요하고, direct marketing의 결과를 추적해야 하며, 이 데이터들은 주로 사내 데이터베이스에서 얻는다. 세그먼트 level에선 역시 세그먼트의 CLV 평균이 가장 중요하고, 특정 고객 세그먼트를 타겟으로 한 마케팅 프로그램의 결과를 추적해야 하며, 이 데이터는 주로 고객 패널이나 설문조사를 통해 얻는다. 전체 합계 level에선 고객 충성도(customer equity)가 가장 중요하고, mass marketing 결과를 추적해야 하며, 데이터의 원천은 매출과 설문조사 데이터이다.
기업은 이와 같은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프로세스 역시 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 관리자가 얼마나 자주 고객 정보에 접속하고 또 정보를 쌓는지도 좋은 척도다. 또 어떤 기업에서는 정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이 올린 정보에 대해 다른 직원이 평가하는 방식도 취하고 있다.
어떤 조직 transformation이든 다 마찬가지지만, product를 marketing하는 데 익숙해진 조직을 완전히 customer-centric한 조직으로 바꾸는 건 어렵다. IT부서에선 CRM이나 R&D같은 일을 지키려고 싸울 거고, 기존의 마케팅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변화와 마찬가지로 이 변화는 Top-down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고객을 대접하는 게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 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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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from: EsBee의 생각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마케팅 조직의 역할과 기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글입니다. 읽고 간략히 한국어로 요약해 뒀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읽어 보세요. 전 영어를 잘 못하니 글이 맘에 드시면 원문을 사서 읽으시길 强勸.
좋은 글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ig Think님 덕분에 생각해 볼 만한 글을 읽게 되었네요. 읽고서 CLV를 어떻게 측정하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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