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8일 월요일

물건은 아직 안 들어 왔는데 그래도 사세요.

향수가 거의 떨엊서 주말에 백화점에 갔습니다. 제가 쓰는 건 CREED라는 곳의 Silver Mountain Water라는 향순데요. (은 산 물이라니..이름이 뭐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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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badgerandblade.com


<대략 요렇게 생겼습니다.>

파는 곳이 잘 없어요. 제가 본 곳은 신세계 강남점이랑 갤러리아 본점 뿐입니다. 여튼 이번에 갤러리아 본점을 가서

요녀석 하나 주세요.

했더니 물건이 지금 없어서 2우러 10일이나 돼야 들어온다 그러더라구요.  아 그렇구나. 근데 놀라운 건 그 다음
저희가 여행용 샘플 병에 일주일간 쓰실 수 있는 양을 담아 드릴 테니, 이걸 쓰고 계시면 물건이 오자마자 택배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오홋? 당연히 샀습니다. 샘플도 안 주는 가게에서 나름 귀여운 소형 여행용 향수병도 주니 왠지 기분 좋고,

게다가 어차피 제가 필요한 건 "오늘 향수 완제품을 사는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향수를 쓰는 것"인데 이 점원이 제안한 대로 쓰면 저는 오늘부터 당장 하루도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향수를 쓸 수 있거든요.

만약 2월 10일에 오니 그때 택배로..라고만 했다면 저는 몇일 간 텀이 생기는 게 싫어서 이번 기회에 향수를 바꿨을 겁니다. 사고 싶은 향수, 써보고 싶은 향수는 언제나 많으니까요 -_-

왠지 낚인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은. 오히려 기분이 좋은 쇼핑이었습니다. 향수 완제품이라는 니즈의 충족은 몇 일 후로 미뤄졌지만, 끊김 없는 향수 사용이라는 원츠가 충족됐기 때문이겠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물건을 팔 때도 결국은 상대방의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합니다. 유명한 얘기가 있잖아요. 소비자가 사려는 건 드릴이 아니라 구멍이라고.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보고서를 읽어 보실 분의 원츠는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는 건가 아니면 본인의 말에 내가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기획안이 충족시켜줘야 할 것이 복지제도의 개선이나 복지 예산의 확대인가, 아니면 직원들이 느끼는 행복이나 만족감의 증대인가.

내가 지금 기획하고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구매할 고객의 원츠는 문제가 더 적어진 제품인가 아니면 문제가 많더라도 재미의 요소가 더 많아진 제품인가.
내가 혹시 기존의 틀에 사로잡혀서 상대방의 원츠를 망각한 채 기존의 것을 (뭔가 개선하고 오류를 고쳤다는 나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개량하고 있는 건 아닌가.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경험이었습니다.

댓글 1개:

luneneuf's me2DAY :

trackback from: EsBee의 생각
나의 원츠를 정확히 파악한 판매원의 말 한 마디 때문에 낚였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기분 좋았던 쇼핑.역시 소비자에게 필요한 건 드릴이 아니라 구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