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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본주의는 두 개의 시대 (era) 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managerial capitalism. 1932년 쯤 생겼고, 주지하는 바는 기업은 (오너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이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shareholder value capitalism. 1976년에 시작됐고 모든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시대다. 하지만 이제는 세 번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바로 지금부터 얘기하려는 customer capitalism이다.
Managerial capitalism은 1932년 Adolf A.Berle와 Gardiner C.Means가 쓴 "The Modern Corporation and Private Property"라는 책에서 시작됐다. 이 책의 주장은 기업 경영은 소유와 분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 책 이후로는 Rockefeller, Carnegie같은 오너 CEO들이 차차 사라지게 됏다. (물론 지금도 오너 CEO는 많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전문 경영인을 CEO로 고용하게 됐다는 얘기)
Shareholder value capitalism은 1976년 Michael C.Jensen과 William H.Meckling이 쓴 "Theory of the Firm : Managerial Behavior, Agency Costs and Ownership Structure"라는 책에서 시작됐다. (이 책은 경영학 역사상 가장 많이 논문에 인용된 책이다.) 이 책은 전문 경영인들이 주주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 : 흔히 말하는 Agency Problem) Shareholder value를 실현한 가장 유명한 사례는 Coca Cola의 Roberto Goizueta (1981~1997 CEO)와 GE의 Jack Welch (1981~2001 CEO) 다. 두 사람 다 재임 기간 동안 시가 총액을 엄청나게 늘렸으며, 이로 인해 본인 들도 많은 이익을 봤다. Roberto Goizueta는 스톡 옵션을 받아 전문 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고, Jack Welch역시 회사에서 물러날 때 스톡 옵션으로 9억 달러의 자산을 갖게 됐다.
A Flawed Logic
그래서 Shareholder value를 강조하기 시작한 이후로 주주들은 정말로 이익을 봤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No다. S&P 500 기업들의 시가 총액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그 이전 시대인 1932년에서 1976년 사이의 성장률이 더 높았다. (주 : 간단하게 썼지만 학자가 연구한 것인 만큼 이런 저런 요인을 모두 고려해 연구한 것임)
이 사실을 보니 또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주주 가치를 극대화라면 주주 가치를 제일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No다.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고객 만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이런 질문이 하고 싶을지 모른다. "주주 가치랑 고객 만족 두 가지를 다 극대화시키면 안 되나?" 안됐지만 그건 극대화라는 말 자체의 정의에 의해 불가능하다. (물론 고객 만족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주주 가치를 극대화한다거나 하는 건 가능하다.)
결국 주주 가치 극대하라는 건 말은 좋지만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운데 그건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걸 이루려면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주가란 미래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으면 오르고 반대의 경우엔 내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주식을 사고 파는 사람들은 회사가 미래에 성장할 가능성, 영어로 potential을 보고 주식을 거래한다. 이 말은 주주 가치라는 건 현재와는 별 상관이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경영자들에게 잇어서 주주 가치를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기업의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것 밖에 없는 것이다.
또 기업의 주가라는 건 시장 전체 흐름이나 산업 전망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아무리 잘 해도 시장 전체가 침체기면 주가는 떨어지고 (물론 하락폭은 다른 기업에 비해 적을 수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전문 경영인 입장에서 주가를 올리려고 노력한다는 건 결과를 내기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듯 CEO들은 본인들에게 주어진 게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M&A를 추진하는 등 주가를 뻥튀기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이게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목표가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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