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1일 월요일

사람을 뽑을 땐 업종이 아닌 직종을 보고 뽑아라.

야심차게 전략 씨리즈를 시작할 거다..라고 써 놓고 생각해 보니 지난 주에 멘토로 모시는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1탄만 쓰고 2탄을 안 썼더라구요. 우선 이 씨리즈부터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2탄 역시 저도 평소에 정말 절실하게 느끼던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뽑을 땐 업종이 아닌 직종을 보고 뽑아라.

보통 사람을 뽑을 때 같은 업계에서 일하던 사람을 많이 뽑습니다. 게임 회사라면, 다른 게임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을 뽑고. 보안 솔루션 회사라면 보안 솔루션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을 뽑고.  또 출판사면 출판사에서 일하던 사람 뽑고.

그 이유? 그래도 아예 모르는 사람보단 업계 사정에도 밝을 것이고, 아무래도 동종 업계니 그 사람이 일하던 회사의 노하우도 좀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전혀 아니라는 것이 그 분의 말씀이셨습니다.

마케팅 할 사람을 뽑는다면 동종 업계에서 사장하던 사람보다도 오히려 전혀 다른 업계에서 마케팅 잘 하던 사람이 훨씬 일을 잘 하더랍니다. 영업을 해도 동종업계에서 있던 사람보다 그냥 전혀 다른 물건을 영업하던 사람이 훨씬 더 유통을 잘 뚫더랍니다.

동종 업계에서 일하던 사람을 뽑으면 오히려 그 틀에 너무 갇혀서 보는 시야도 좁고, 또 원래 일하던 회사와 새 회사의 미묘하게 다른 점 때문에 더 헤매더라고 하시더라구요.



너무나 동감입니다. 그리고 이게 국내 게임 업계의 가장 큰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동종 업계에서 잘 나가던 분을 마케팅 책임자로 세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큰 성공을 보였던 분이셨죠. 하지만..성과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이 분은 마케팅에 정통하신 분이라기 보단 게임 업계에 정통하신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 산업 자체가 산업혁명 때처럼 만들기만 하면 주목을 받고, 좀 재밌으면 무조건 팔리던 시대에서 변화하는 시기입니다. 이제는 게임도 너무 많고 흔해 빠져서 마케팅을 잘 해야만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져 줍니다.

게임이라고 하니 뭔가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복잡한 것 처럼 보이지만 게임이라는 것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에 불과합니다. 굳이 게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니라도. 게임을 평소에 많이 하던 사람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게임 마케팅을 할 수가 있습니다. 오히려 마케팅은 잘 모르고 게임만 좋아하고 잘 아는 (저 같은) 사람이 문제입니다.

만약 게임은 전혀 모르지만 P&G와 같이 마케팅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회사에서 크신 분이 마케팅 책임자가 됐더라면. 정말 차별점이라곤 하나 없는 치약을 갖고 다른 회사가 이미 점유하고 있는 시장을 파고 들었던 그런 분이 책임자로 왔다면 많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튼 저도 앞으로 사람을 뽑는다면 마케팅 제대로 배운 사람, 인사 일 제대로 하다 온 사람을 뽑지 게임 업계에서 온 사람은 잘 안 뽑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영화나 음악같이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계면 사업 분야 같에 오묘하게 다른 점 때문에 시너지가 날 지도 모르겠네요.

댓글 3개:

lupin :

좋은 조언이었네요. 보통 특정 분야에서 성장한 사람은 기존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이 있는 문제가 있더군요.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은 현재 처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인지, 기존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요점을 뽑아내는 걸 저 역시 종종 봤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있는 점이라면, 프로젝트 매니져 프로페셔널 과정에서 "종합 상사에서 PM으로 성공했던 사람이, 음반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실제로 출제된 적이 있고, 그에 대한 대답이 "Yes"였다고 하네요... EsBee님의 멘토분과 비슷한 시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오늘 하게 되네요. )

Chun S.B :

@lupin - 2010/01/11 19:04
종합 상사 PM이면 훌륭하겠네요 ㅎㅎ. 또 다른 아저씨는 이제 곧 아들이 취직할 나이가 되는데, 일본 종합상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거기 가면 안 해 보는 게 없다고..ㅡ.,ㅡ

luneneuf's me2DAY :

trackback from: EsBee의 생각
전혀 다른 업종에서도 배울 수 있다. 간만에 영감을 자극하는 글이네요. 미묘하게 이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 사람을 뽑을 땐 업종이 아니라 직종을 보고 뽑아라와도 일맥상통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