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7일 수요일

전략은 가는 방법일 뿐. 먼저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전략 시리즈 1>

예고만 해 놓고 미루고 미루던. 전략 만들기 시리즈 1탄입니다. 가급적 시간의 순서, 그러니까 프로세스 순으로 쓰려고 합니다만 저도 학문적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이 아니라 회사에서 경험한 걸 갖고 쓰는 거기 때문에 조금 왔다 갔다 할 수는 있습니다. 참, 이전 글에도 썼듯 이 글은 기업 전체의 전략보다는 팀, 과 같이 작은 단위의 조직에서 전략을 세우는 상황에 더 맞습니다.


우선 많은 분들이 혼동하시는 게 있는데, 전략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궁리해서 답을 찾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 이전에는 반드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가끔 특별히 달성하고 싶은 목적, 또는 이루고자 하는 비전 같은 것 없이 전략을 만들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제대로 된) 전략을 짤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상태로 버스를 타고 가야 할지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선은 남산으로 갈지, 강남역으로 갈지, 아니면 강릉으로 갈지를 정해 놔야 그 목적지에 어떻게 갈지도 궁리를 해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전략 만들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잡는 것입니다. 10년, 20년 후를 바라보고 비전이나 미션같은 거창한 것을 만든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대부분의 경우) 팀, 과 같은 단위에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향후 3~5년. 이것도 힘들다면 우선 올해 동안 어떤 목표를 이룰 것인지를 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우리 팀이 올 한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거 하난 꼭 달성하겠다.

라는 목표를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를 그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팀장 혼자? 그건 아니고, 우선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겠죠. 팀 규모가 너무 큰 경우가 아니라면, 팀 전체가 올해의 목표를 함께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목표를 만들 때는
1. 회사 안에서 우리가 제일 잘 하는,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2. 올 해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어느 쪽이고 우리가 어떤 점에서 기여할 수 있을까.
3. 연관 부서들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해 주길 바라고 있는가.
요런 것들을 고려해서 목표로 잡을 것들 후보를 너댓가지 잡는 것이 좋습니다.


1번이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남들이 담당하고 있는 일,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혹시 일이 겹쳤을 때 애매합니다. 쓸데 없는 세력 싸움이 생기죠. 그렇다고 여태까지 하던 일만 하는 게 좋다는 건 아니고, 이왕이면 우리 팀이 제일 잘 할 수 있고, 남들도 그렇다고 인정해 줄만한 일을 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큰 회사일 수록 세력싸움이 많기 때문에 도전정신만으로 일을 밀어 부쳤다가 성과를 잘 내고도 일을 뺏기거나 욕을 먹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2번이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하고 싶은 일이고 꼭 이루고 싶은 목표라도 그것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다면 해선 안 됩니다. 그 일이 꼭 하고 싶으면 윗 사람을 설득해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바꾼 다음에 하는 게 맞습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 일을 해 봤자 피곤한 건 당신과 팀원들.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중에서 회사의 방향과도 맞는 일을 선택하십쇼. 만약에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에 올해 회사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면..회사를 옮기실 때입니다.

3번은 필수라기 보다는 아이디어를 얻는 수단입니다. 팀 내에서 아이디어가 모자랄 때는 관련 부서에 물어 보십쇼. 우리가 뭘 해 줬으면 좋겠니. 뭘 하면 너네한테 도움이 좀 될까. 아마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아이디어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아이디어를 실제로 반영한다면 당연히 아이디어를 줬던 부서와 협업이 잘 되겠죠. 또 우리가 올해 뭘 할지를 알고 있으니 상대방도 목표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여튼, 이런 단계를 거쳐 목표 후보를 몇 가지 잡았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았습니다. 윗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죠. 올해 저희가 해 보려고 하는 일을 몇 가지 정해 봤는데 이 중에 어떤 게 제일 좋겠습니까 라고 물어 보세요. 아무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하더라도 내 상관의 뜻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또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합치하는 목표 중에서도 내 상관이 특별히 집중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여러 가지 잡은 목표를 갖고 상관과 교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본인이 선을 댈 수 있는 한 최대한 높은 선까지 확인을 받으십쇼. 내 목표를 인정해 주고, (구두 상으로라도) 승인해 준 사람의 지위가 높으면 높을 수록 그 목표가 힘을 받게 될 겁니다. 내 직속 상관이 아니더라도 부장, 상무, 전무, 사장 누가 됐든 선이 닫는 곳까지 확인을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도 그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 상황을 시간이 될 때마다 선이 닫는 곳까지 커뮤니케이션을 하십쇼. 꼭 정식으로 보고를 하지 않더라도 회식 자리 같은 데서라도 한 두 마디로 상황을 얘기해 주면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올해, 또는 향후 3년 ~ 5년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잡아 보십쇼. 딱 한 가지면 좋겠지만 두 어 가지 되더라도 그걸 다 실해할 에너지만 있다면 나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를 넘어가면 좀 피곤해집니다. 그만큼 집중이 어렵기 때문이죠.

다음 단계로는 목표를 표어로 만드는 게 필요한데요. 요건 나중에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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