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4일 목요일

고양이도 궁지에 몰리면 쥐를 문다.

오늘 하려는 얘기는 (슬프게도 어느새 제 전공이 돼 가고 있는 것 같은..ㅠㅠ) 거창하게 말하면 corporate politics라고 부르고 싶은. 단순히 "일"과 "성과"가 아닌 회사 내에서의 미묘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고, 작게 말하자면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얘기입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죠. 아무리 약한 쪽이라 하더라도 도망갈 구멍도 안 만들어 주고 너무 궁지로 몰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저질라 보자는 심정으로 강한 쪽을 필사적으로 공격한다는 뜻의 속담입니다.

물론 회사 안에서도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만, 오늘 하려는 얘기는 제목에도 써 있듯 이와 반대로 궁지에 몰린 고양이가 쥐를 무는 이야기입니다.


고양이가 궁지에 몰린다고 쥐를 물어? 원래 고양이는 쥐를 무는 거 아냐?

맞죠. 고양이는 원래 쥐를 물죠. 하지만 회사 (다른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에서는 상급자가 항상 하급자를 물고, 강제로 명령을 내려서 일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예의를 지키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의사결정을 합니다. (아..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죠..-_-)

문제는 상급자임에도 하급자를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는 게 "사람 대 사람"이기 때문에 하급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면, 반대로 "사람 대 사람"이기 떄문에 하급자가 가져야 하는 의무도 있습니다.


상급자와 하급자가 토론을 하는 경우 감정을 배제한다면 논리가 우세한 쪽이 이길 겁니다. 위에서 말했듯 상급자라도 하급자를 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논리적으로 맞는 선택을 해야 본인에게도 좋은 결과가 따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상급자가 선을 그어 놓은 경우, 또는 이미 마음 속으로 결정을 해 놓은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상급자가 - 때론 스스로 떳떳치 못해 밝힐 수 없는 - 어떤 이유로 이건 절대로 A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데 대해. 또는 A로 가진 않을 거라고 얘기했던 건에 하급자가 무조건 A로 가야 한다고 보고를 한다고 해 봅시다. 상급자가 들어보니 A로 가야 하는 게 논리에 맞습니다. (또는 애초부터 본인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렇지 A로 가는 게 맞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급자는 우선 어떻게든 A로 가면 안 된다는 결론에 하급자가 스스로 도달하도록 이런 저런 반론을 던져 봅니다.

니가 A라고 하던데, 과거 데이터를 보면 그렇게 했을 때 좋았냐? 예전엔 어떻게 했었냐? 경쟁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냐?

하급자가 보기엔 이 모든 반론이 너무 비논리적입니다. 다시 논리적으로 자료를 모아 반박합니다. 상급자는 슬슬 화가 치밀기 시작합니다.

 아니 누가 이걸 몰라서 묻나? 그래도 내가 상급자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이쯤에서 상급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가 형인지 보여줘야 겠구나.


결국 A인지 아닌지는 전혀 관계없는, 하급자에게 불리한 모든 자료를 동원하여 압박합니다. 이미 A는 논외인 상황이 오게되고 하급자는 난도질 당하게 됩니다. 결국 하급자는 항복을 선언하게 되고 결론적으로 맨 처음 이 일의 발단이 된 그 안건도 A가 아닌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싸움에는 해야 되는 싸움, 피해야 되는 싸움. 이겨야 되는 싸움, 이기면 안 되는 싸움이 있습니다.

이겨야 되는 싸움이란 이기면 도움되는 싸움이나 지면 타격을 입게 되는 싸움입니다. 반면 이기면 안 되는 싸움이란 - 대부분의 경우 - 이길 순 있지만 이겨도 도움이 안 되는 싸움, 즉 피해야 되는 싸움입니다. 위와 같은 경우가 해선 안 되는, 반드시 피해야 하는 싸움이죠.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하급자가 상급자를 대할 때는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절대로 상급자를 궁지로 몰면 안 됩니다. 그 어떤 상급자도 하급자와 싸워서 졌다는 소문이 퍼지길 바라지 않습니다. 상급자이기 때문에 하급자에게 굴복했다는 느낌을 받기 싫어 합니다.

절대로. 상급자를 궁지에 몰지 마십쇼. 이기든 지든 손해 보는 건 당신입니다.

댓글 1개:

your에리카 :

공감합니다.



이럴 때 항상 드는 생각은 성공해라...꼬우면 성공해라...그 뿐-_-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하급자가 상급자를 대할 때는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절대로 상급자를 궁지로 몰면 안 됩니다. 그 어떤 상급자도 하급자와 싸워서 졌다는 소문이 퍼지길 바라지 않습니다. 상급자이기 때문에 하급자에게 굴복했다는 느낌을 받기 싫어 합니다.



절대로. 상급자를 궁지에 몰지 마십쇼. 이기든 지든 손해 보는 건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