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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the Customers Take Over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측정하고,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 주는 데 집중하는 게 더 나은 최적화 방안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원하는 걸 모두 이뤄줄 수는 없고, 소비자들이 원하는대로 다 해줬다간 얼마 못가 기업이 도산할 것이다. 기업은 수익을 내고, 리스크를 감수할만 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해야 한다.
Johnson & Johnson에는 1943년 회장 Robert Wood Johnson이 만든 "credo"(굳이 번역하면 "행동 강령"?)가 있는데 주된 내용은 "우리는 우리의 첫번째 책임이 의사, 간호사, 환자,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쓰는 모든 사용자들이...우리는 전 세계의 직원들에게 책임이...우리는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이...이런 원칙에 따라 행동했을 때 최종적으로 주주들이 정당한 대가(fair return)를 실현할 수 있다.." 이런 겁니다. 소비자가 우선순위 첫 번째. 주주는 네 번째입니다.
그래서 1982년 대표 상품인 Tylenol에 독극물이 들어간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CEO James Burke는 (정부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문제가 있던 시카고 지역 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Tylenol을 전부 회수했고, 전체 이익의 1/5를 차지하는 제품이었던 만큼 단기적으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사건 이후로 Tylenol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이는 Burke 개인의 양심적 판단이 아니라 기업의 credo에 따른 것이었죠. Burke에게 중요한 건 분기, 연 매출 목표를는 달성하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장기적으로 이 판단은 Johnson & Johnson에 타격을 주지 않았고, 2009년 9월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167billion(환율 1000원으로 따지면 167조 원)으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습니다. Johnson & Johnson의 주주들은 credo에 나와 있는 대로 "fair return"을 실현할 수 있었던 거죠. 이 과정에서 주주 가치는 고객 만족에 집중한 결과 얻게 된 부산물일 뿐이지 주주 가치가 제일의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주주 가치에 집중한 회사들이 주주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건 아닙니다. Goizueta가 재임하던 시절의 Coca Cola와 Jack Welch 시절의 GE는 S&P 500 기업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가 총액을 성장시켰고,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시가 총액이 큰 회사 25위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회사 모두 같은 시기 Johnson & Johnson의 성장 속도 보다는 느리게 성장했습니다. (주 : 원문에는 P&G도 Johnson & Johnson과 비슷한 사례로 나와 있으나 너무 똑같은 얘기라 생략합니다.)
The Principle at Work
어째서 주주 가치 극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회사들이 이런 놀라운 성장을 보일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CEO들이 주주들이 기대하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신경쓰지 않고 "진짜 사업(real business)"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G.Lafley는 P&G CEO로 재임하던 시절 주주들한테 "단기적으로 상황은 점점 나빠질 겁니다. 회사가 성장을 위해 최소한의 펀더멘털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작업은 시간이 좀 걸릴 거거든요"라고 말하는 것도 아주 편했다고 합니다. 보통 CEO들은 주가가 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에 주주에게든, 증권가에게든 이런 메세지를 주는 걸 극도로 기피하는데 말이죠.
보상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주주 가치에 집중하지 않는 회사들은 CEO에게 주식을 베이스로 한 보상을 줄 때 단기적으로 이득을 볼수 있거나 은퇴 시점에 이득을 볼 수 있게 하지 않습니다. 단기 수익이 가능하게 하면 CEO 자신이 단기 주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게 될거고, 은퇴 시에 매매가 가능하게 하면 은퇴 시점에 주가를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건 GE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Jack Welch의 후임인 현 CEO Jeff Immelt는 아무리 경영을 잘해도 스탁 옵션으로 큰 이득을 보기는 힘들 겁니다. Jack Welch가 자신의 은퇴 시점에 주가가 최고점에 있도록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이와 반대로 Lafley가 P&G에서 받은 보상 체계는 소비자 만족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회사 문화에 맞게 설계 돼 있습니다. Lafley는 전체 보상의 대략 90%를 주식으로 받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 스탁 옵션은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기간이 3년 후로 비교적 길게 설정이 돼 있었고, 권리를 행사한 후에도 2년은 보유를 주식을 보유한 후에 팔 수 있도록 해 놨습니다. (실제로 Lafley는 계약 기간의 2배인 4년 정도 주식을 보유했다고.) 결국 Lafley에게 P&G에서 준 보상 중 주식과 관련된 건 그가 은퇴하기 전에 실현된 건 하나도 없었고, 나머지도 은퇴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10년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Lafley는 후임 CEO가 회사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Lafley와 같은 체계의 보상을 받는 많은 CEO들이 "후임자가 삽질하면..."이란 소리를 한다. 이게 문화의 차이다. P&G의 보상 체계는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문화의 기업에겐 말도 정당하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런 문화에선 장기적인 보상 체계를 만들기가 힘들다. 하지만 고객 만족을 우선시 하는 문화에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P&G에도 최근 3년 간의 배당금이 얼마나 증가했는지에 연동되는 임원 보상체계인 TSR(Total Shareholder Return)이 있었다. 하지만 Lafley는 한 해 무리해서 TSR을 높이면 그 다음 해에는 TSR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곧 주주 가치 극대화가 real business performance와는 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가급적 오랜간 주식을 보유하려고 하는 주주들을 설득해 이 보상체계를 개선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operational TSR인데 이 지표는 sales growth, profit margin improvement, increase in capital efficiency의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해서 operating TSR은 기존의 TSR과 달리 P&G의 사업부 책입자들이 진정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표가 됐다.
물론 고객 만족을 제일 우선순위로 두는 회사가 모두 P&G나 Johnson & Johnson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업이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둘때 기업의 의사 결정 품질은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회사 전체를 "주가"가 아니라 operation 개선이나 상품과 서비스 개선 같은 현안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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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from: EsBee의 생각
그저께 상편 올렸던 Harvard Business Review 논문 The Age of Customer Capitalism 하편 정리해서 업로드 완료. 영어 원문을 한국어로 정리하는 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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