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7일 수요일

고객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대한항공 승무원의 질문

구정 연휴에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 공항에 내려서 입국을 하려면 입국 심사를 거쳐야 하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입국 신고서를 작성해야 하구요. 그런데 이 카드는 보통 외국인만 작성을 하고, 입국하는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은 작성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이 신고서 양식을 나눠줄 때는 "한국인이시죠?"라고 확인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하더군요.

 갖고 계신 여권이 한국 여권 맞으십니까?

 왜 이렇게 물어볼까..잠깐 생각을 하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한민족이지만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이 은근히 많지 않겠습니까?

한국에서 계속 살고 있지만 태어나기를 미국에서 태어나 영주권 확보 등 문제로 미국 국적을 선택해 미국 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테구요. 이름도 한국식이고, 한국어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재일교포라서 일본 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겠죠.

이런 사람한테 이렇게 물어본다고 생각해 봅시다.

한국인 맞으십니까?

이렇게 대답해야겠죠.

 아니오.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그 사람의 속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참 씁쓸하고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질문을 이렇게 하면 대답이 "아니오"여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죠.

 갖고 계신 여권이 한국 여권 맞으십니까?

(미국같은 이민 국가는 어떤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해외에 살고, 외국 국적을 갖고 있어도 핏줄을 중요시 해서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하는 성향의 사람이 많은 한민족. 별 것 아니지만 대답하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이런 배려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물론..별 생각 없이 저렇게 바꾼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그렇다면 꿈보다 해몽인 거구요.


여튼 자기 위주의 사고로 회사가 편하고자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데 대해 무신경한 회사도 많고. 또 일부러 고객을 불편하게 만든 다음 그걸 편하게 (하지만 불편하지만 않은 수준으로) 해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회사도 많은데요. 기업의 목표는 "고객을 만드는 것" 그리고 한 번 우리 상품을 구매한 고객을 "지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객을 불편하게 하면서도 별 생각 없거나 그걸 빌미로 돈을 벌려는 회사와, 작은 것이라도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회사. 단기적으로는 전자가 비용도 아끼고 매출도 좀 늘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우리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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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eneuf's me2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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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는 사람의 (혹시 모를) 불편함을 배려한 대한항공 승무원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