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절대로 대행사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기업 블로그를 만드는데 대행사를 쓴다는 건 마치 이런 분위기죠.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쓰는데 대행사를 쓰는 겁니다. (그런 대행사가 있다면) 물론 대행사에 있는 사람들이 문장력도 훨씬 뛰어나고 편지의 구성도 보기 좋게 잘 짤 겁니다. 대행사에서 쓴 편지는 누가 보더라도 훌륭한 편지일 겁니다. 하지만 여자친구에게 메세지를 더 잘 전달하는 건 대행사에서 쓴 편지가 아니라 남자친구가 자신만의 어투로, 또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진심을 담아 쓴 편지일 겁니다.
우리 회사가 뭐 하는 회사인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 지금까지 고객들과 어떻게 접촉해 왔는지 전부 이해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행사에서는 대신 해 주고 싶어도 해 줄 수가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대행사에게 맡기면 그저 겉보기에 번지르르한, 하지만 실제로는 블로그라기보단 홈페이지에 가까운 공간 밖에는 만들 수 없을 겁니다. 고객에게 보내는 연애편지가 아니라, 잘 짜여진 DM을 만들게 되는 거죠.
요즘 블로그 운영진들끼리 회의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블로그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어떤 톤과 매너로 이야기를 할 것인지. 또 디자인은 어떤 컨셉으로 가져갈 것인지. 이런 것들이 문화를 비롯해 우리 회사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어떤 게 맞는지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 겁니다.
우리가 블로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 모든 게 서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틀이 잡히고 있는 건 이 회사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모두 이 회사의 문화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고 답은 안 나오는 회의의 연속이었을 것 같네요.
최근에 비즈니스위크에서 한 CMO 설문 조사 결과를 봐도 65.6%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행동은 사내에서 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제가 저 설문에 응답했어도 그렇게 응답했을 것 같네요.
댓글 3개:
trackback from: EsBee의 생각
유니타스 브랜드 11호에서 읽은 건데, 직접 하다 보니 참 공감이 많이 되는 말. 기업 블로그는 절대 대행사에서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이다.
EsBee님 안녕하세요. 전 쥬니캡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때, EsBee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기업 블로그의 기획 및 런칭 준비를 대행사와 함께 할 수 있으나, 기업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내부 문화를 스토리로 개발하고, 고객의 불만 섞인 반응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 블로그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이해하는 선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 소셜 미디어의 성공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구글 알리미로 관련 내용 접하고, 좋은 내용이라 생각하여 몇자 적고 갑니다. 나중에 블로그 런칭하시게 되면 꼭 알려주시고요. 건승!
@쥬니캡 - 2009/10/18 21:48
넵, 댓글 감사합니다. 저희 회사에도 블로그를 해 오던 직원들이 많지 않아서..요즘은 일단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감을 익히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 / 기업 블로그도 돌아다니며 공부를 하고 또 테스트로 글 도 써 보고 그러고 있는데요. 블로그는 빨라야 11월 중순은 돼야 오픈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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