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4일 일요일

게임 산업도 이제는 가치 충족의 시대

얼마 전 사람을 뽑을 일이 있어서 면접관으로 들어갔다가 면접 보러 온 사람으로부터 완전히 내 생각과 똑같은 말을 들었는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요는 이랬습니다.

 게임 산업도 이제는 만들기만 하는 시대는 끝났고, 하나 하나 제대로 된 마케팅이 필요하다.

 
동감. 게임, 특히 온라인 게임이란 산업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MUD게임부터 따지자면 그 역사가 더 길겠지만, 넥슨이 (MUG라 불리던)바람의 나라를 서비스 한 시점을 처음으로 따진다면 채 15년이 되지 않은 산업입니다.

1990년대 후반은 마치 포드가 검은색 자동차만 만들어도 줄기차게 팔리던 시절처럼, 이 시대엔 바람의 나라, 또는 리니지 외엔 온라인 게임이란 것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딱히 훌륭하지 않아도 (물론 두 게임 모두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고, 아직도 시장에서 꽤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팔릴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포트리스가 나오고 또 크레이지 아케이드, 퀴즈퀴즈, 프리스타일,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같은 게임이 나오면서 시장의 규모가 확대 됐죠. 하지만 이때까지는 마케팅보다는 제품 자체에만 신경을 쓰면, 즉, 게임만 괜찮게 만들면 팔리는 시대였습니다. 뭐 GM이 검은색이 아닌 자동차를 만들고, 여러 가지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던 즈음이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이제는? 이제는 시장에 게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아직까지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의 니즈라는 것을 찾아 보기가 힘들 정도로 소비자 니즈의 대부분이 충족된 상태입니다. 예전에는 게임이 몇 개 없었기 때문에 새로 나오기만 하면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 모두가 관심을 가져 줬지만 이제는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조차도 이런 게 있었나..싶은 게임이 있을 정도로 게임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성공해 왔던 방식을 지키고 있죠. 좋은 게임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으면 잘 팔리게 돼 있다. 시장에 내놓았는데 반응이 안 좋다면 그건 그 게임이 충분히 좋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게임 산업도 산업혁명은 끝났고, 가치 충족의 시대가 왔습니다. 단순히 제품이 잘 난 것 만으로는 팔리지 않는 시대입니다. 게임의 품질 (제품의 힘) 만큼이나 서비스 / 마케팅의 도움이 있어야만 게임이 팔리는 시대입니다.


최근에 마케팅 대행사에 다니시던 분과 얘기하다 나왔던 말.

나 : 게임 산업의 마케팅이란 게 초보적인 수준이죠?

그 : 좀 그렇더라구요. 사실 저는 엄청 발달했을 줄 알았어요.

나 : 이제 막 산업 혁명이 끝났거든요.

그 : 아..그런데 그만큼 지금부터 만들어 갈 수 있는 건 많은 것 같아요.

나 : 그쵸. 다른 산업의 회사들 만큼만 해도 최고이니 최고가 되기도 쉬울 걸요

 
다른 산업 회사들이 하는 만큼만 해도 최고가 될 수 있기에, 저는 게임 하나하나 신경써서 포지셔닝을 하고, 브랜드에 스토리를 불어 넣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연구하고..이런 것들을다른 산업 회사들이 하는 것 보다 조금만 더 잘 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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