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으로 4월 23일에 애플의 2008년 1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애플의 이번 분기 매출은 75억 달러로 증권가에서 예측한 69억 5천만 달러를 약 10% 초과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전자제품 쪽이라서 거시 경제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을 법 한데도 예상 밖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 분기 매출을 이끈 건 역시 Mac입니다. 이번 분기 Mac의 매출은 무려 54%가 증가했습니다. 좀더 자세히 보면 데스크탑(iMac) 쪽에선 37%, 랩탑(Mac Book)쪽에선 61% 증가했습니다. 컴퓨터 제조 업계 평균 매출 성장율의 세배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BusinessWeek의 애플 관련 블로그에선 얘네 정말 다른 컴퓨터 제조 회사랑 같은 시장에 있는거 맞냐고까지 하더군요)
한때 그래픽 작업하는 사람들, 또는 소수의 애플 골수팬들의 전유물이었던 Mac이 점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좀 장기적으로 이유를 찾아 보면 역시 제일 큰 건 iPod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잉? 갑자기 컴퓨터 얘기하는데 왠 iPod? 얘기는 이렇습니다.
오래 전에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석권했다가 MS와 IBM에 밀리면서 애플이라는 게 하나의 컬트 브랜드 같이 변화했던 것 같습니다. 애플이란 회사 제품의 이미지가 성능은 무지 좋고 디자인도 짱인데 왠지 내가 사기는 싫은. 보기는 좋은데 쓰기는 싫은. 그렇지만 약간 동경의 대상인. 이런 상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컴퓨터를 살 때 애플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iPod란 게 나왔습니다. 호오..이쁘네. 뭐 이건 애플 거긴 하지만 mp3 플레이어니까 호환성이 문제될 것도 없고. 가격도 뭐 크게 부담될 거 아니고. 그래. 이번 기회에 그 동안 뭔가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살 수는 없었던 애플 제품을 한 번 사 보는 거야. 이런 식으로 하나 둘 iPod을 사기 시작했고 미국 내에선 Band wagon 효과도 작용해서인지 엄청난 히트 상품이 되었습니다. 이제 서구에서 mp3 player는 곧 iPod을 뜻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2001년 10월 23일 iPod이 세상에 선을 보인지 7년 반이 지났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애플 제품을 볼 수 있죠. 회사에도 iPod nano를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이나 iPod Touch에 DSLR로 찍은 사진을 저장해 와 서로 돌려 보는 사람들도 있고. 이렇게 "다른 세계에 있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애플이 생활 속에 들어오게 된 겁니다.
이제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러 매장에 갑니다. 근데 애플 제품이 있네요? 예전 같았으면 보지도 않았을 테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애플이란 게 생활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름이니까요. 호오 역시 애플은 노트북도 이쁘네. 이러고 만지작 거리다가 사게 되는 거죠. 그래서 결론은 이게 다 iPod 때문이다. 라는 겁니다.
그 외에도 단기적으로 이유를 찾아 보면 OS X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윈도우를 겸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고, 정확한진 모르겠지만 키 두 개만 누르면 (예를 들면 Ctrl + a 이런 식으로) 윈도우와 OS X를 전환할 수 있는 게 또 생겼다고 하네요. 이런 것도 애플의 컴퓨터 판매에 도움이 됐을 것 같고. 또 윈도우 Vista가 너무너무 실망스럽다는 것도 OS X 기반의 제품을 선택하는 두려움을 좀 덜어준 것 같습니다.
여담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주가는 안 오르네요.
여담 2. 최근에 반도체 회사 하나 인수한 것 같던데 이것도 좀 찾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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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충분히 공감가는 내용이로군요.
@indy - 2008/04/24 16:21
감사합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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