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9일 금요일

Square Enix, TECMO 합병 시도. 국내 게임사들의 합병 전략은?

Final Fantasy 시리즈의 Square와 Dragon Quest의 Enix. 한때(패미컴, 슈퍼 패미컴시절) RPG 시장을 양분하던 두 게임사는 2003년 4월 1일 전격 합병을 발표하고, Square Enix라는 하나의 회사로 합쳐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세계의 게임기 RPG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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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는 2005년에 이 회사가 Taito를 인수했다는 겁니다. 왜 사람들이 잘 몰랐을까요? Taito는 Taito라는 이름 하에 계속해서 사업을 했기 때문이죠. 말하자면 Taito 사업을 하면서 Square Enix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회사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겁니다.

오늘은 Square Enix가 TECMO에 대해 우호적 인수합병을 하려고 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번엔 어떨까요? 아마 이번에도 TECMO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지, 굳이 Square Enix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일단 TECMO는 Square Enix와는 종류가 많이 다른. 그리고 이미지도 다른 게임을 개발하던 회사입니다. Square와 Enix는 게임 종류나 회사 이미지가 비슷비슷했기 때문에 같은 이름을 써도 상승효과가 있으면 있었지 서로의 이미지를 갉아 먹는 일은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면에 Dead or Alive 게임 타이틀에 Square Enix라고 뜬다고 생각해 보세요. 뭔가 어색합니다. 안 어울리죠.

게다가 TECMO나 Taito는 원래 상당한 네임 밸류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특히 TECMO의 바스트모핑이 돋보이는대전 격투 게임 Dead or Alive 시리즈나 Ninja Gaiden은 Halo, Project Gotham Racing 등과 함께 초기 XBOX 기기 판매를 이끌던 걸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Square Enix의 우산에 가두는 것 보다는 TECMO 이름 그대로 사업을 전개한다 한들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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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만들어졌던 DOA. 별로 재미 없더라구요.>

요즘은 국내 게임 업체들 간에도 M&A가 종종 일어납니다. 뭐 국내 게임 업체라 봐야 대부분이 온라인 (모바일도 있겠지만) 게임 업체인데요. 뭐 NC가 인수할 회사를 찾고 있다고도 하고, 최근에 업계에서 가장 큰 뉴스였던  NEXON이 던전 앤 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을 인수, NHN의 웹젠 인수 등등 많죠.


이 중 NEXON은 이전에도 두빅, 위젯 등 많은 소규모 개발사를 인수한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마다 그 회사의 게임을 Nexon.com에 올려서 서비스 했습니다. PC방에서도 역시 유료화한 게임은 모두 nexon 통합 요금제에 포함시켰죠.

말하자면 작은 규모의 이름 없는 회사 게임에 Nexon이라는 간판을 달아 주는, 일종의 품질 보증 같은 개념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빅에서 새 게임이 나왔으니 해보세요." 라는 말 보다는 "넥슨에서 새 게임이 나왔으니 해보세요"라는 말이 훨씬 잘 먹힐테니까요. (이 전략은 단순히 인수한 업체 게임 뿐 아니라 단순 퍼블리싱 계약 게임에도 그대로 이용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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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네오플을 업계 정상급으로 키워 준 던전 앤 파이터>

하지만 이번 네오플은 상당히 크단 말이죠. 네오플. 던전 앤 파이터라는 게임 하나로 대부분의 온라인 게이머들이 알게 된 회사 아닙니까. 그러니까 요건 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던파는 Hangame에 올려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아마 계약이 11월인가 끝날 겁니다. 그럼 그 이후엔 Nexon.com에 올리는 게 좋을까요. 그냥 별도로 던파만 있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게 좋을까요.

또 PC방에서 던파는 별도의 정액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걸 넥슨 PC방 통합 요금에 포함시키는 게 좋을까요. 별도로 분리해서 운영하는 게 좋을까요.

G star같은 게임쇼를 나갈 때 던파를 Nexon 부스 안에 전시하는 게 좋을까요, 네오플 별도 부스를 만들어서 독립적으로 하는 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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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사의 부스를 초라하게 만든 2007년 G star의 압도적인 NEXON 부스>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고객 지원 센터를 분리 운영할까 통합 운영할까. 마케팅을 일원화해야 하나 분리해서 해야 하나 고민해야할 문제는 정말 많습니다.) 뭐 모든 질문에 대해 전자를 택하거나 모든 질문에 대해 후자를 택하는 방식으로 완전 통합. 아니면 완전 분리. 둘 중 한 가지 전략을 사용할 텐데 말이죠.

넥슨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회사지만 이렇게 매출 규모가 크고 인지도도 높고 직원도 많은 회사를 인수해 보는 건 처음이기 때문에 한 동안은 꽤나 머리 아플 거에요.  하지만 앞으로 M&A를 통해 다른 사업에 진출하거나 온라인 게임 산업 내에서 덩치를 키우는 데 좋은 첫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위에 잠깐 언급했었는데 NHN의 웹젠 인수도 마찬가지죠. NHN이 외국에서 비싼 돈 주고 게임은 많이 긁어 모아서 다 말아 먹고 있는 퍼블리싱을 하고,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요. 웹젠처럼 큰 회사를 인수하는 건 처음이니 만큼 위와 같은 고민을 마찬가지로 해야 될 거에요.



또 단순히 인수하는 회사의 덩치나 네임 밸류 뿐 아니라 이미지를 갉아 먹느냐의 문제도 생각해 봐야겠죠. 만약에 EA가 Take Two (GTA 시리즈의 Rockstar games의 모회사)를 인수한다고 해도, Sims나 스포츠 게임들로 잘 가꿔 놓은 건전한 이미지가 GTA라는 단 하나의 게임에 의해 박살이 날 위험도 있습니다.

NC 역시 리니지나 길드워 같은 게임으로 "어른"스러운 이미지를 잔뜩 만들어 놓고 갑자기 뭐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주얼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인수해서 NC Soft란 라벨을 붙여 귀여운 이미지로 나가 보겠다고 하면 쵸큼 콘란한 꼴을 당할 수도 있죠.



오늘 The McKinsey Quarterly를 보다 보니 경기 침체기엔 M&A로 성장해라..뭐 이런 당연한 얘기를 써 놓은 아티클이 있더라구요. M&A처럼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쉬운 방법은 없지만 - STX 보세요. 두산 인프라코어도 그렇구요. 이 사람들은 M&A 귀신이에요 - 또 M&A처럼 회사 말아 먹기 쉬운 방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 (뭐 합병해서 망한 사례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니 직접 찾아들 보시길..)

해서 M&A든 뭐든 아무리 좋고 당연한 전략적 선택이라 하더라도 할 때 제대로 해야지 헬렐레~해서 어리버리하게 하다가는 망하기 딱 좋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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