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4일 토요일

맨날 하는 일 말고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다고?

 늘 똑같은 것만 보고. 늘 같은 일만 하고. 그 외의 것은 전혀 찾아 보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아..맨날 똑같은 일만 하는 거 지겨워.
뭔가 좀 새로운 걸 해 보고 싶다.
이놈의 회사는 날 기계 부품으로 보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의 가장 가까운 사람도 그렇구요. 뭐 늘 혼냅니다만..) 하지만 그건 본말이 전도된 것. 회사에 사람이 한 둘도 아닌데 회사에서 개개인한테 다 새롭고 창조적인 일을 찾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리광에 불과합니다.

 늘 내가 나서서 새로운 걸 찾아내고. 그걸로 기획안 같은 걸 만들어서 내 상사한테 제안하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하나 통과가 되면 새로운 일을 하는 거죠. 내 상사가. 아님 우리 부장이. 우리 사장이. 날 알아보고. 나 좋으라고. 날 키워주려고. 새로운 걸 만들어 주겠습니까? 이건 회사 전체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운 좋게 내가 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습니다.

 일단 내가 먼저 나서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보고. 그걸 하겠다고 허락을 맡는 게 맞는 순서죠. 아무리 이것 저것 디밀어 봐도 상사가 꿈쩍도 안 한다고? 아고..이럴 때 쓰는 말이 있죠. 제가 참 좋아하는 아저씨가 제가 한 23살 때 쯤 해 주신 얘기.

인생이 영업이다.
상사한테 영업을 해서 내 제안을 팔아야죠. 방법은 여러 가지. 술 먹이고 승인하게 하든가. 아님 이게 상사한테, 우리 부서에, 회사에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설득력있게 얘기해서 승인하게 하든가. 아님 동료들을 설득해서 여럿이 몰려가서 승인하게 하든가.


 뭐 제가 일하는 방식도 그렇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썼듯 여기 저기서 영감을 얻어 필 꽂힌 걸 구체화해서 기획안을 짠 다음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 승인을 얻어 내는 거죠.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회사에서 일하는 얘기를 해 주면

와..역시 젊은 회사는 다르구나.
와..너 진짜 회사에서 권력 짱이다.

마치 우리 회사나 저의 위치가 특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듯이 말을 하합니다. 근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맨날 똑같은 하루하루에 지친 분들이라면 시도해 보세요. 우선 영감을 얻는 겁니다. 조금 객관적인 시각에서 하루 하루 일하는 걸 보면, 그 안에 개선해야 할 게 열 개 씩은 있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저런 책도 보고 뉴스도 보고,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회사에선 어떻게 일하는 지 보세요. 우리 회사에서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싶은 게 저말 많습니다. 

 그 다음은 이제 이 아이디어를 파는 겁니다.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걸 하게 해 줄 사람한테 잘 포장해서 파는 겁니다. 팀장이 승인하면 바로 되는 건 팀장한테 잘 팔아야 하고. 뭐 사장이 승인해야 하는 거면 팀장과 사장 두 사람에게 팔아야죠.

 생각해 보면 팀장은 우리 팀, 사장은 우리 회사가 더 돋보이고 더 잘 되면 자기도 이익인데. 정말 좋은 거면 못하게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자신의 아이디어가 팀과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승인권자도 같은 생각을 하게 하면. 모든 일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라서 그런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대기업일수록 관리자들끼리 경쟁이 더 치열한데 그럴 리가 있습니까. 오히려 중소기업보다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예산도 중소기업보다 훨씬 풍족하죠. 한 번 해 보세요. 뭐 해 보지도 않고 투덜거려. 해 봤다고? 몇 번 해 봤는데. 한 20번은 해 봐야지. 안 된다고 하면 왜 안 되는지 물어는 봤나? 그런 것도 안 하고 역시 우리 회사는 안돼..이딴 생각이나 했겠지.

 이건 뭐 20년째 다니는 사장, 전무들도 호기심 많고 이런 저런 새로운 걸 계속 찾아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꼴랑 나이 서른 다섯도 안 된 것들이 세상 다 산 놈들 마냥 동태 눈깔은 해 갖고 회사 다니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소리나 하고 말이야. 

 
 이왕 다니는 회사. 어차피 관둘 수도 없다면 좀 다들 재밌게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이것 저것 새로운 거 많이 찾아 보세요. 정말 내가 준비를 잘 했는데도 상사가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꼴통이라 안 먹힌다? 쩝. 그러면 새 아이디어를 찾는 재미는 덜 하겠지만 그래도 계속 찾아서 내 아이디어를 기획안으로 만들어 쌓아 두세요.

 내가 이 회사를 관두든. 계속 다니든. 뭐 새 회사를 차려서 나가든. 이렇게 뭔가 아이디어를 찾아 현실화 시키는 연습을 계속 해 온 사람과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서 회사를 다닌 사람. 정말 정글에 던져지면 둘 중에 누가 살아 남을지는 너무나도 명확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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