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0일 토요일

직원이 즐겁게 수행할 수 있는 전략이 좋은 전략

조선일보 Weekly Biz를 보다 보니 CRM에 관한 기사가 나왔는데, 중간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미국 메릴린치사는 1990년대 중반 'Super Nova'라는 새로운 고객 관리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재무상담사들은 자신이 관리하던 평균 550명의 고객들을 Super Nova 방식에 따라 자산 규모, 거래 수익 등 11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랭킹을 매긴 뒤 대부분의 기준에서 상위 랭킹에 오른 200여명의 고객들에게만 모든 서비스를 집중함으로써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위의 11가지 기준 중 '이 고객은 나나 우리 회사 직원들이 상대하기에 기분 좋은 사람인가?'와 같이 금융 자산이나 거래 규모와는 무관한 정성적 기준을 정량적 기준 못지않게 중요하게 반영했다는 점이다.

 맞는 말입니다. 특히 보험 회사라면 더 그렇겠죠. 보험회사의 영업사원에겐 고객 한 명 한 명이 모두 자신의 돈이나 다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상대하기에 기분 좋지 않다.. 뭔가 문제가 있는 고객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고객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회사의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들은 모두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전략이 있습니다. 고객을 불편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전략. 고객에게 결제를 강제함으로써 추가 수익을 얻는 전략. 고객에게 별다른 가치를 제공해 주지 못하지만 대체할 상품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물건을 파는 전략. 대부분의 직원은 회사에 단기적으로 이익이 된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하기 싫어합니다. 자기도 이게 고객에게 돈을 빼앗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느끼기 때문에 별다른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직원들의 직감은 대부분 옳습니다. 직원들이 즐겁게 할 수 없는 일은 대부분 고객에게도 장기적으로 가치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전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반짝 실적을 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론 고객이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거죠.

 전략을 만들 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이 전략이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략인지. 명령을 내릴 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이 일을 내 아이들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부모에게도 기꺼이 시킬만한 그런 일인지. 이 질문에 대답이 No라면 그 전략은 장기적으로 고객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Google의 경영 이념이 Don't be evil.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이게 진리입니다. 악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장기적으로 가치를 제공해 주고, 고객들도 우리 회사를 좋아하게 됩니다. 악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매사에 보람을 느끼고 최선을 다 해서 수행하게 됩니다. 고객이 좋아하는 일을 직원들이 전력을 다해서 한다. 모든 회사가 꿈꾸는 그런 모습 아닐까요?

 기사 아래 부분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융단폭격식으로 매년 수백만개의 사은품을 뿌리는 대신 우리 회사와 라이프타임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핵심 고객 1만명만 확보해 보라

  전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적인 수익에 눈이 멀어 몇 푼이라도 벌 수 있는 전략을 융단폭격식으로 뿌리지 말고, 회사가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지속적으로 수행할 만한 전략의 큰 줄기를 만들고 그 방향에 집중합시다. 그리고 당연히 이 전략은 직원들이 기꺼이 나서서 할 만한 것이어야 하고, 고객들에게도 우리의 전략은 이거라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댓글 1개:

luneneuf's me2DAY :

trackback from: EsBee의 생각
직원들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바쳐 하고 수행하고 싶어하는 전략이 좋은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