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1일 수요일

온라인 공간에서 무조건 솔직한 게 답일까?

오늘 미투데이트위터에도 썼는데..온라인 공간에서는 무조건 솔직한 게 답일까?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 어떤 프로모션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조금 실수가 있어서 몇몇 고객이 불만을 느꼈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고객들의 블로그와 우리 회사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상황.

- 물론 그렇다고 행사에 참여한, 또는 참여하지 않은 모든 고객들이 그 문제점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닌 상황이라면.

- 그리고 회사 내에선 뭐가 문제였고, 또 무엇이 더 큰 오해를 불러 일으켰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 또 회사 블로그와 미니 블로그에 친구로 등록돼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댓글을 주고 받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도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1. 문제점을 지적한 글들을 인용해 "여러분이 지적해 주셨듯 이번 프로모션에선 문제가 있었고, 그 이유는 이러이러한 것이며 앞으로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조치를 취하겠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문제점을 지적해 준 고객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다.

2. 모든 고객이 알고 있는 문제도 아닌 것을 괜히 공론화시켜서 잘못했다는 소릴 듣느니 그냥 조용히 묻어 두고 모른척 한다. 아무 말 않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잊혀질 일이다.



사람에 따라, 또 회사의 사정이나 성향에 따라 1번을 선택할 수도 있고 2번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1번을 고르고 싶습니다.

1번을 선택한다면 물론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진행한 사람은 상사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만..더 큰 걱정은 괜히 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는 걸 공론화 시켜서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상황이겠죠. 하지만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할 경우 그걸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완벽히 일치하진 않지만 비슷한 걸로 제조업 기업에서 자진해서 리콜하는 걸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뭔가 자사 제품에 문제점이 있는 걸 발견했지만 그냥 방치해 두더라도 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리고 뭔가 불량품을 만들어서 리콜한다는 사실이 뉴스에 뜨면 기업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도 하겠죠.

하지만 기업에서 자진해서 리콜을 한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그걸 비난하기보단 솔직한 기업으로 인정해 주고 더 큰 신뢰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합니다. 불량품을 만들었던 회사라는 나쁜 낙인을 찍기 보다는 용기있는 결정을 한 믿음직스런 기업이라는 좋은 인식을 갖게 되지 않나요?

최근 CJ 제일제당의 찹쌀 호떡믹스 자진 리콜 사건(?)이 있었죠. 거기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을 보면 (1, 2, 3) CJ를 비난하는 글은 없습니다. (물론 3번 글을 쓰신 분은 다시는 CJ 제품은 안 드실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솔직하게 인정하고 먼저 나서서 발빠르게 회수해 줘서 고맙다는 반응이죠.



반대로 2007년 말의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을 돌이켜 보면 삼성 측의 잘못이라고 완전하게 비난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고, 삼성 측에서 잘못을 인정하면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 측에서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도 늦어진 적이 있었죠.

삼성 측이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판결을 오래 미룸으로 인해서 손해배상 금액으로 인한 손실은 덜 봤을지 모르겠지만 당시 모든 사람들이 삼성의 처사를 비난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삼성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었습니다.

그 결과 (가뜩이나 재벌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삼성의 이미지는 완전히 추락해 버렸습니다. 뭐 삼성이 워낙 해외 매출도 많이 나고 소비재보다 산업재 매출이 많고 해서 이런 이미지 하락이 매출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한 동안 삼성에 대한 여론이 엄청 안 좋았죠.

(실제로 삼성 직원들도 태안에 많이 나가서 봉사활동을 했다고 삼성 다니시는 분께 들었는데, 삼성 마크가 찍힌 옷을 입고 가면 삼성이 자기들의 잘못을 시인해서 봉사활동을 나간거라고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서 회사 로고를 전혀 노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결론적으로 이런 (제 멋대로 유리하게 갖다 붙인) 사례들을 보면 뭔가 실수를 했을 때는 먼저 나서서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좋은 방법 아닐까 합니다. 그 이유는

1. 어차피 내가 쉬쉬해도 인터넷 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남긴 이런 저런 흔적들이 남게 마련이고
2. 이런 흔적들을 남긴 사람 뿐 아니라 본 사람들도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사 내에서 이런 얘길 하면 뭐 인터넷에 글 한 두 개 올라온 거 갖고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이런 얘길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얘길 해 줘야죠.

 한 명의 고객이 불만을 얘기할 때는 그 뒤에 불만을 느꼈지만 우리에게 얘기해 주지 않는 10명의 고객이 있게 마련이고, 이렇게 불만을 느낀 고객들은 20명 이상에게 안 좋은 소문을 낸다. 결국 한 명의 고객이 불만을 얘기했다는 것은 이미 200명 이상이 우리 회사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들었다는 것이다.

 

댓글 8개:

키쵸 :

개인적으로 공감하며, 비슷한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요.

회사에서 담당자인 자신의 실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걱정하는 것도 분명 월급쟁이 입장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만,

잘못된 점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이 궁극적으로 더 나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hun S.B :

@키쵸 - 2009/11/12 00:37
댓글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같은 회사 내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답답하기도 합니다. 뭐 그렇다고 또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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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을 잘 생각해야 되는 사례겠지요.



보통 구라치다 걸리면, 상대방은 더 열받거든요. :)

Chun S.B :

@lupin - 2009/12/01 14:47
최근 타이거 우즈가 보여주듯.. 어차피 걸릴 거짓말은 하질 말자..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