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0일 토요일

편안함의 함정

Seth Godin의 블로그에서 기업들이 종종 편안함을 택함으로써 실패한다는 글을 보고 공감해 포스팅 합니다.

최근 회사에서 한 부서의 조직 개편 업무를 맡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조직이 회사에 부가가치를 거의 생산하지 못하니, 아예 기존의 것을 다 무시하고 부서를 처음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죠. 하지만 TFT를 이룬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저도 이 "편안한 선택"을 많이 느꼈습니다.

조직 내 팀의 구성, 각 팀의 부서 내 역할, 업무 / 승인 절차, 심지어 팀 이름과 인원수까지 기존의 조직과 똑같이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기존에는 승인 / 보고 절차가 너무 많아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렸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결국은 "의사 결정의 안정성" 운운하면서 모든 결제를 대표이사까지 가게 만들자고 주장합니다.

예산 사용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결국은 "효율성과 회계 상의 무결성" 운운하면서 결국은 기존과 똑같은 프로세스를 유지하자고 주장합니다.

너무 중앙의 기획 조직에만 정보와 권한이 집중돼 현업 조직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다던 사람들이 결국은 "관리와 통제 상의 문제" 운운하면서 또다시 중앙집권형 조직을 설계해 놓고 완벽하다고 주장합니다.


재밌는 일입니다. 지금의 조직이 제 구실을 못하니 아예 새로 만들어 보자고 시작한 조직 개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기존의 조직과 쌍둥이처럼 비슷한 모습의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니.

결국 지금까지 겪어 왔던 그 모습이 그저 편안한 겁니다. 또 이미 그렇게 만들었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그 책임이 나에게만 돌아오는 건 아니라는 점이 그 편안함을 더욱 늘려 줍니다.


이번 뿐만이 아닙니다. 평소에도

상품을 출시하고

프로모션을 하고

거래처를 선정하고

외부 인력을 운용하는

모든 업무에 있어서 기존에 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이 참 강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일을 하면서 매번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게 정답인 거냐, 아니면 그저 나에게 편안한 답인 거냐."

라는 질문은 해 봄직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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